그 날, 나는 얼음집에 가는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게다가 아멜 선생님께서 트랙백에 대해 질문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아 야단맞지 않을까 몹시 두려웠습니다.
문득 포스팅을 빼먹고 들판으로 놀러나 다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화창하고 맑은 날씨였습니다. 밖에서는 참새가 지저귀고 아래층의 거실에서는 게임하는 동생의 환호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느 쪽이든 포스팅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유혹을 꾹 참아내고 급히 얼음집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메인 밸리 앞에 다다르자 공지 사항 앞에 사람들이 새카맣게 모여 있었습니다.
요즘 4일 동안 싸이월드와의 통합 따위의 온갖 좋지 않은 소식만 전해 준 게시판이었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메인 밸리를 가로질러 가려는데 견습공들과 함께 공지글을 읽고 있던 대장장이 와슈테 영감이 나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얘, 그렇게 서두를 것 없다. 얼음집은 지금부터 가도 늦지 않을 테니!"
나는 대장장이 영감이 놀리는 줄로만 생각하고 얼음집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갔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포스팅을 시작하기 전에 새글쓰기 창을 열고 끙끙거리거나, 다른 사람의 글에 아름다운 덧글을 달아주는 소리 등이 텍스트 창 바깥까지 들려옵니다. 그러면 나는 이 소란을 틈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내 자리로 가 앉을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얼음집 안은 마치 점검날처럼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마이 밸리 너머로 이미 포스팅을 마친 이글루스 회원 분들의 글들이 보입니다. 아멜 선생님은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왔다갔다하고 계셨습니다. 나는 이렇게 쥐죽은 듯 고요한 곳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또 얼마나 두려웠는지! 그런데 그 날은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아멜 선생님은 화내시지 않고 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닥치고불멸-ㅅ-b, 어서 네 자리로 가 앉거라. 지금 막 포스팅을 시작할 참이었다."
나는 얼른 자리에 가 앉았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자 선생님이 얼음집 몇 주년 같은 날 말고는 입지 않는 옷을 입고 계신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얼음집 전체에 보통 때와는 다른 어딘가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멜 선생님이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내가 포스팅을 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SK로부터 명령이 내려와 앞으로 이글루스에서는 싸이월드 커뮤니티 시스템 말고는 포스팅을 못하게 되어서.. 내일 새로운 운영자가 오십니다. 오늘 이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마지막 포스팅 시간입니다. 아무쪼록
다같이 열심히 해봅시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지독한 SK 놈들! 놈들은 메인 밸리에 이 사실을 게시했던 것입니다. 나의 마지막 이글루스 포스팅이라니! 그런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직 트랙백을 제대로 할 줄도 모르지 않는가. 이제 영원히 트랙백을 배울 수 없는 것일까!
이대로 끝나서는 안된다...
생각해 보니 포스팅을 빼먹고 놀았던 시간이 후회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던 스킨 제작이나 태그 등이 이제는 헤어질래야 헤어질 수 없는 아주 오랜 친구처럼 생각되었습니다.
......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 갑자기 내 이름이 불려졌습니다. 내가 트랙백 연습을 할 차례가 된 것입니다. 이 어려운 트랙백을 똑똑하게 하나도 틀리지 않고 해낼 수 있기 위해서라면 나는 어떤 일이라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실수를 하고 말아 자리에 선 채 몸을 비비 꼬꼬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
그리고 아멜 선생님은 말을 이어 이글루스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이글루스 블로그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하고 확실한 블로그 시스템이라는 것.
......
포스팅 시간이 끝나자 이번엔 자습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멜 선생님은 이 날을 위해 모두에게 나누어 줄 새 폰트를 준비해 두셨습니다. 거기에는 둥그스름한 예쁜 글씨로,
이글루스, 얼음집, 이글루스, 얼음집
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
아 쓰다가 또 눈물이 나서; 길기도 길지만..
어젯밤 알퐁스 도데 단편집을 보다가 왠지 처지가 비슷해서요ㅠㅠ
후 정말 서러워서..ㅠㅠㅠㅠㅠㅠ 그냥 지금처럼만 해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