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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진주남강유등축제 - 옛 사람들의 이야기
제 고향이 자랑하고 저도 너무나 사랑하는 유등축제가 벌써 막이 내리고도 사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 간 유료로 변경, 진행되는 동안 자연 경관을 주 배경으로 하는 축제이면서 그걸 가리겠다고 남강 둔치에 가림막을 쳐 대는 게 너무 괘씸해서 가는 게 뜸했는데, 올해에는 다시 무료가 된 지라 여러 번 발걸음을 했습니다. 그래도 왠지 아쉬워서 찍은 사진들을 자꾸만 보다가, 다른 분들 블로그도 보다가, 결국 들어왔습니다! 어두운 밤이고 폰카에 기술도 부족해 좋은 사진을 찍지는 못 했지만 보다 보니 계속 뭔가 주절거리고 싶어졌어요.

평소에도 아름답고 축제 기간에는 더욱 아름다운 진주교.

점점이 흘러가는 작은 소망등들. 화려한 빛을 내뿜는 유등들에 비하면 아주 작고 소박하지만 나름 귀엽고 대견스러워 꺼지지 않고 멀리멀리 잘 가길 저절로 응원하게 됩니다.


빛이 넘치는 강 건너 두 개의 기와 지붕이 보이는 곳이 진주성입니다. 축제장은 교각 두 개와 그 둔치들을 넘나들며 넓게 펼쳐져 있지만 항상 그 중 가장 볼 만 한 곳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때로는 다른 곳은 제쳐두고 이 곳만 반복해 다녀오기도 합니다. 정말 사랑하는 곳이에요.

그리고 올해의 진주성, 정문에서 북문으로 이어지는 바깥쪽 성터의 왜구 유등들. 솔직히 말해 왜구이긴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유등이었습니다. 저렇게밖에 찍지 못 한 게 한이 될 정도인데 성벽과 인도 사이의 오르막길 잔디밭 터를 말 그대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보정하며 배경이 사라져버렸는데 사진의 시선에서 앞이 성벽, 뒤가 인도로 왜구들이 (현재의) 진주성 성벽을 공격하려는 구도로 연출되어 있는 거죠. 장관이었습니다. 일반 촬영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가 없을 거 같아 파노라마 촬영을 해 보려 했는데, 이리저리 움직이며 30분은 머무른 거 같은데 멀리서 다 들어오게 찍자니 빛 조절이 어려워서 너무 환해져 형체를 못 알아보겠고 가까이서 찍자니 적이 몰려오는 그 위협적인 느낌이 전혀 나지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ㅠ...... 결국 한 장이라도 건지자며 아주 가까이서 찍었지만 계속 아쉽고 생각나네요.

진주대첩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축제이니만큼 이런 연출은 예전에도 있어왔어요. 한 때는 반대쪽 둔치에 유등으로 성벽을 만들고 왜구에 맞서 싸우는 병사들과 백성들을 꾸몄고 또 한 때는 진주성 안에 성벽에 망루까지 높게 세워 지휘하는 모습을 그려냈죠. 그렇게 이어져 이번에는 진주성을 그저 전시 용도의 큰 공간이 아닌 직접 연결되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잘 알고 있는 역사이고 어떻게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제대로 활용한 셈인데 문득 더 와닿았다고 해야 할 지, 실제로 그 옛날, 이 지역 시민으로서는 워낙 자주 보고 지나다녀서 익숙한 그 성벽 아래 저렇게 몰려들었을 역사를 생각하자니 왠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 복잡하게 가꾸지 않은 일차원적인 재현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을까요. 울림이 참 컸어요.


긴장을 거두지 않고 전세를 살핀다.

전쟁은 힘들고 괴롭고 지친다.

허나 물러설 수 없다.

한시가 급하기 때문에.



다함께 음식을 만들고

서로 나누고

돕는다.



그들의 의기로
백성들은 생업을 잇고

가정을 이루고

명절을 지내며

평온한 일상을 보낼 터이다.





"이보게, 소식 들었나? 남쪽 바다에서는 연일 승리하고 있다는군!"



유등축제는 남강에 띄운 유등도 아름답지만 진주성 안에 옛 조선 시대의 마을을 만들어 내고 진주대첩의 장수들과 병사들을 배치하기 시작한 후부터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것에 매년 반하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똑같은 백성이 없고 누구 하나 똑같은 병사가 없어요. 밭 주인이 달려오는 줄도 모르고 수박 서리를 하거나 나무 팽이가 넘어질 거 같아 되살리려고 애를 쓰고 황소 등에 앉아 피리를 붑니다. 우물가에서 물을 길으며 수다를 떨고 성벽을 지키다 슬며시 곰방대를 꺼내물거나 동료 병사와 시루떡을 잘라 나눠먹지요. 그 모습들이 하나하나 정겹고 사랑스러워서 10월이 되면 늘 그립고 설레요. 일 년 만에 다시 만나면 며칠을 들르며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마지막 날이 되면 또 다음을 기약합니다. '내년에 또 봐요.'

이런 축제가 열리는 곳에 살고 있어서 정말로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어릴 때부터 쭉 좋아했고 한 번 쯤은 이렇게 축제에 대한 생각을 글로 써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이루네요.
by 닥불。 | 2018/10/17 05:41 | 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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